봄철의 화창한 기운이 지나가고 본격적인 한여름 무더위가 찾아오면, 실내 가드닝은 또 다른 위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거실 창가나 베란다의 온도가 영상 30도를 훌륭히 넘어서고 끈적한 공기가 집안을 채울 때, 식물들도 사람처럼 쉽게 지치고 열사병에 걸리곤 합니다. "식물이 더워 보이니까 물을 더 자주 시원하게 주어야겠지?" 혹은 "여름이니까 햇빛을 최대한 많이 받게 창가 바짝 붙여주어야지"라는 친절한 마음이 한여름에는 오히려 식물을 죽이는 날카로운 칼날이 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가드닝 초기, 8월의 어느 뜨거운 한낮에 베란다 식물들이 축 처진 것을 보고 안쓰러운 마음에 시원한 수돗물을 화분 가득 뿌려주었던 적이 있습니다. 불과 몇 시간 뒤, 화분 속 식물들은 생기를 찾기는커녕 잎이 급격하게 삶아진 것처럼 까맣게 변하며 주저앉았습니다. 한낮의 열기로 달구어진 화분 속에 물을 부어 뿌리를 그대로 찜통에 쪄버린 셈이었습니다. 기온이 극도로 치솟는 한여름 폭염기에 식물의 뿌리와 잎을 안전하게 지켜내는 물주기 골든 타임과 잎 타짐(일소 현상) 예방법을 정리해 드립니다.
[화분이 찜통이 된다? 폭염기 전용 물주기 시간대]
여름철 물주기에서 가장 중요한 공식은 '화분 내부의 온도'를 낮게 유지하는 것입니다. 기온이 높은 한여름에는 물을 주는 '시간대'를 칼같이 지켜야 뿌리가 부패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시간: 늦은 저녁이나 밤 (오후 7시 이후) 한여름 실내 가드닝의 베스트 물주기 타이밍은 해가 완전히 지고 난 뒤인 저녁 시간입니다. 밤이 되면 기온이 내려가면서 화분 흙의 온도도 함께 떨어집니다. 이때 물을 주면 식물이 밤새 시원한 상태에서 수분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으며, 다음 날 아침 해가 뜨기 전까지 흙 속의 과도한 수분이 아래로 빠져나가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게 됩니다.
차선책: 아주 이른 새벽 (오전 6시 이전) 저녁 시간에 물을 주기 어렵다면, 해가 떠오르기 직전인 아주 이른 새벽에 물을 주어야 합니다. 해가 뜨고 기온이 오르기 시작하는 오전 8시 이후에 물을 주면, 한낮의 직사광선이 화분을 내리쵤 때 흙 속에 남아있는 물이 뜨겁게 달구어집니다. 이는 뿌리 세포를 소멸시키고 8편에서 다룬 유해 균들이 증식하기 가장 좋은 환경을 제공하므로, 한낮과 오후의 물주기는 철저히 기피해야 합니다.
[햇빛 독이 오르는 '일소(Sunburn) 현상'의 원인과 해결책]
식물은 빛을 좋아하지만, 여름철 유리창을 통과해 들어오는 고온의 직사광선은 식물의 잎 조직을 파괴하는 독이 되기도 합니다. 이를 강한 햇빛에 잎이 타들어 간다고 하여 '일소 현상'이라고 부릅니다.
초보 집사들은 흔히 잎 끝이 갈색으로 변하면 1편과 5편에서 배운 '물 부족이나 과습'으로만 오해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잎의 중심부나 햇빛을 직접 받는 면이 얼룩덜룩하게 누렇게 변하다가 바짝 마른 종이처럼 하얗게, 혹은 까맣게 변한다면 그것은 100% 햇빛에 의한 화상입니다. 특히 안스리움이나 칼라데아처럼 잎이 연하고 수분이 많은 관엽식물들은 여름철 창가 자리에 그대로 두면 며칠 만에 잎 전체가 망가지게 됩니다.
여름철(7월~8월) 한낮에는 창가 바로 앞 명당에서 식물들을 최소 50cm에서 1m 이상 방 안쪽으로 후퇴시켜 배치해야 합니다. 인테리어상 이동이 어렵다면 불투명한 레이스 커튼이나 블라인드를 쳐서 강한 직사광선을 부드러운 '산란광'으로 걸러주어야 잎의 온도가 치솟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한여름 잎 분무와 에어컨 사용 시 필수 주의사항]
더운 여름철, 식물의 온도를 낮춰주겠다고 낮 시간에 잎 주변에 분무기로 물을 뿌리는 행위는 절대 금물입니다. 잎 표면에 맺힌 물방울들이 돋보기 렌즈 역할을 하여 햇빛을 한곳으로 모으기 때문에 잎에 동그란 화상 자국을 남기게 됩니다. 잎 샤워나 분무 역시 해가 진 저녁 시간에 해주는 것이 안전합니다.
또한, 실내 온도를 낮추기 위해 에어컨을 가동할 때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식물이 덥지 않게 에어컨 바람을 맞게 해주는 것은 좋으나, 에어컨의 차갑고 건조한 바람이 식물의 잎에 '직접' 닿으면 잎의 수분이 순식간에 빼앗겨 기공이 닫히고 식물이 급격한 냉해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에어컨 바람은 공중을 향하게 순환시키고, 화분은 바람의 직접적인 이동 경로를 피해서 배치해야 안전한 여름을 보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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